지난번 요트 앵커링(Anchoring): 1급 해기사의 대형선 원리 적용과 실전 팁 글에서 예고했던 윈드라스 무선 리모컨 DIY 를 이제야 실제로 마무리했습니다. 사실 제품을 산 건 두 달쯤 전인데, 설치가 늦어진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배선 작업보다 먼저 윈드라스 솔레노이드 위치 를 못 찾고 한동안 헤맸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앵커 체인 로커 쪽 어딘가에 있을 줄 알고 선수 쪽을 한참 뒤졌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안 보여서 결국 듀포(Dufour) 포럼 을 뒤졌고, 거기서 제 배와 비슷한 구조의 글을 보고서야 스위치가 스타보드 소파 안쪽 에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실제로 접근하려면 피스를 여덟 개쯤 풀어야 했고, 그제야 겨우 솔레노이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글은 그렇게 숨어 있던 솔레노이드를 찾아 윈드라스 무선 리모컨 을 붙인 기록입니다. 다만 결론은 처음 생각했던 “유선과 무선 병렬 운용"이 아니라, 제 배 배선 방식에 맞춰 기존 유선 리모컨은 포기하고 무선으로 정리한 과정 에 더 가까웠습니다. 배마다 구조와 극성이 다르니, 이 부분은 결국 직접 열어보고 실측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먼저 요약하면

  • 윈드라스 솔레노이드 위치 는 선수 체인 로커가 아니라 스타보드 소파 안쪽 이었습니다.
  • 안에서 확인한 부품은 T-501 솔레노이드 였습니다.
  •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산 저가형 무선 수신기는 마이너스(-) 제어, 제 배의 윈드라스는 플러스(+) 제어 라서 병렬 사용은 포기했습니다.
  • 결국 이번 작업은 유선과 무선을 같이 쓰는 개조가 아니라, 기존 유선 리모컨을 접고 무선으로 정리한 기록 이 됐습니다.

왜 무선 리모컨이 필요했나

앵커링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갑니다. 선수에서 체인 상태를 보고, 다시 조작 위치로 이동하고, 또 다시 선수 쪽을 확인하는 흐름이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혼자 탈 때도 번거롭지만, 4시간 투어처럼 손님과 함께 있을 때는 이 순간이 더 바빠집니다. 손님들은 잠깐의 정박으로 느끼겠지만, 선장 입장에서는 체인 상태와 배의 자세, 주변 거리까지 한꺼번에 봐야 하는 구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원했던 건 멀리서 버튼을 누르는 재미가 아니라, 체인이 보이는 자리에서 바로 조작할 수 있는 여유 였습니다. 무선 리모컨은 그 점에서 꽤 매력적인 선택지였습니다.

윈드라스 솔레노이드는 어디에 있었나

이번에 사용한 건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한 흔한 2채널 무선 릴레이 수신기 타입이었습니다. 가격은 1만원이 채 안 됐고, 송신기와 작은 수신기 박스로 구성된 전형적인 제품입니다. 그런데 정작 설치보다 먼저 막힌 건 “이걸 어디에 물릴 것인가"였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앵커 체인 로커 쪽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선수 쪽을 한참 뒤졌는데도 안 보여서, 결국 듀포 포럼을 다시 뒤졌습니다. 거기서 제 배와 비슷한 구조의 글을 보고서야 스타보드 소파 안쪽을 열어봐야 한다는 힌트를 얻었습니다. 실제로는 피스를 여덟 개쯤 풀어야 했고, 그제야 작업 공간이 열렸습니다.

스타보드 소파 안쪽 패널을 열어 윈드라스 관련 서비스 공간에 접근하는 모습 ▲ 제 경우 솔레노이드는 선수 로커가 아니라 스타보드 소파 안쪽에 있었습니다. 위치를 모르고 있던 두 달 동안 설치가 계속 밀린 이유도 결국 이것이었습니다.

패널 안쪽을 더 따라가 보니, 제가 찾고 있던 부품은 T-501 솔레노이드 였습니다. 윈드라스의 올림과 내림 방향 전환을 맡는 핵심 부품이었고, 결국 이번 작업은 이 부품을 찾은 뒤에야 비로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윈드라스 솔레노이드와 연결 단자가 보이는 근접 사진 ▲ 스타보드 소파 안쪽에서 찾은 T-501 솔레노이드입니다. 무선 리모컨을 달든 기존 유선을 손보든, 결국 이 구조를 이해해야 다음 판단이 가능합니다.

왜 병렬 사용을 포기했나

처음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기존 유선 리모컨과 무선 리모컨을 병렬로 같이 쓰는 것 이었습니다. 그런데 T-501을 기준으로 배선을 따라가 보니, 제 배의 솔레노이드 스위치는 플러스(+)를 주는 방식 이었고, 제가 구입한 무선 수신기는 마이너스(-)를 주는 방식 이었습니다.

즉, 제가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같은 입력에 무선 모듈을 단순 병렬로 붙이는 방식은 맞지 않았습니다. 추가 릴레이나 신호 변환을 더 넣어서 억지로 맞출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이번에 원했던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알리 판매 페이지에 있던 배선 설명 이미지를 다시 봐도, 알 수 있는 건 이 모듈의 전원선과 제어선 구성이 어디까지인지 정도였습니다. 결국 제 배와 맞는지는 실제 배선과 극성을 대조해 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무선 윈드라스 리모컨 수신기 배선 구성과 리모컨 외형을 보여주는 제품 설명 이미지 ▲ 판매 페이지의 배선 설명 이미지. 전원선과 제어선 구분은 보이지만, 이 그림만으로 제 배와 바로 맞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막상 솔레노이드 옆에서 테스트해 보니 문제는 더 분명했습니다. 제품 가격이 아니라 출력 방식 자체가 맞지 않았던 것 입니다.

기존 솔레노이드 근처에서 테스트 중인 저가형 무선 수신기 모듈 ▲ 결국 핵심은 가격이 아니라 제어 방식이었습니다. 플러스를 주는지, 마이너스를 주는지부터 맞아야 병렬이 가능합니다.

사실 기존 유선 리모컨도 제 배에서는 아주 편한 구조가 아니었습니다. 선수 침실 옷장 안쪽에 커넥터가 있어서, 실제로 쓰려면 선수 스카이라이트를 열고 연결해야 하는 방식 이었기 때문입니다. 병렬 운용까지 맞지 않는 걸 확인하고 나니, 이번에는 과감히 기존 유선 리모컨을 접고 무선 쪽으로 정리하는 편이 더 낫겠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분해하다가 뜻밖에 본 구조

이번에 해당 위치를 분해하면서, 덤으로 제 배의 슈라우드 엔드링크 가 내부 구조에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볼 수 있었습니다.

제 느낌으로는, 킬을 제외하면 이 배에서 가장 단단한 구조 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만큼 하중을 받아야 하는 자리라 구조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부품이 왜 굳이 이 위치에 들어가 있는지 보고 있자니, 단순히 강도만이 아니라 무게중심까지 고려한 배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건 설계도를 펴놓고 검증한 결론이라기보다, 실제로 열어보고 든 관찰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이런 DIY를 하다 보면 원래 목표였던 리모컨 설치보다 오히려 배 구조를 더 많이 배우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스타보드 소파 안쪽에서 본 슈라우드 엔드링크와 내부 연결 구조 ▲ 스타보드 소파 안쪽을 열고 보니 슈라우드 엔드링크가 내부 구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한눈에 보였습니다.

설치하고 나서 달라진 점

설치를 마치고 나서 가장 크게 느낀 건 앵커링이 덜 급해졌다는 점 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유선 리모컨 길이와 위치에 몸이 끌려 다니는 느낌이 있었다면, 지금은 체인이 보이는 자리에서 바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이건 혼자 탈 때도 편하지만, 4시간 투어를 할 때 더 크게 느껴집니다. 손님이 쉬고 있는 동안 선장에게는 정박 순간이 오히려 가장 바쁜 구간 중 하나인데, 이제는 동선이 짧아져서 흐름이 훨씬 차분해졌습니다. 제 표현으로는, 더 편안해졌고 그래서 더 안전해졌다 는 쪽에 가깝습니다.

작동 영상

설치 직후 선수에서 짧게 시험 작동해 본 영상입니다.

▲ 선수에서 체인을 보며 무선 리모컨 응답을 짧게 확인하는 모습.

정리

돌아보면 이번 작업은 1만원짜리 무선 모듈을 다는 이야기라기보다, 두 달 동안 못 찾던 솔레노이드 위치를 찾아내고 내 배에 맞는 방식만 남긴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T-501을 찾은 뒤 병렬 사용은 접었고, 기존 유선 리모컨도 함께 정리했습니다.

다음에 비슷한 작업을 다시 하게 된다면, 리모컨부터 고르기보다 솔레노이드 위치와 제어 방식부터 먼저 볼 것 같습니다. 이번 일로 다시 느낀 건, 이런 작업은 결국 부품보다 내 배를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느냐 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Bon Voy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