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 중 가장 두려운 순간은 언제일까요? 폭풍우가 몰아칠 때? 아니요, 베테랑 선장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배 밑바닥이 긁히는 소리가 날 때” 라고 답합니다.
오늘은 내 요트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수심(Depth)’ 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해도에 표시되는 수심의 뜻
전자해도(Chart Plotter)나 종이 해도를 보면 숫자들이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이 숫자들은 ‘바다의 깊이’ 를 의미하지만, 단순히 지금 이 순간의 깊이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 해도 수심 5m: “여기는 아무리 물이 많이 빠져도 최소 5m는 확보됩니다.”
즉, 해도상의 수심은 항해자가 안심할 수 있는 ‘최소한의 깊이’ 를 약속하는 숫자입니다.
2. 기본수준면 (약최저저조면 / Lowest Astronomical Tide)
그렇다면 그 ‘최소한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바로 기본수준면(Chart Datum) 입니다.
바다는 달과 태양의 인력으로 끊임없이 밀물(만조)과 썰물(간조)을 반복합니다. 해도를 제작할 때는 가장 물이 많이 빠졌을 때(최저 조위) 를 기준으로 0m를 잡습니다. 이를 약최저저조면(Approximate Lowest Low Water) 또는 L.A.T 라고 부릅니다.

정의: 천문학적으로 예측 가능한 가장 낮은 평균 조위면. 이 이하로 수심이 낮아질 확률은 별로 없습니다. (서해안은 1년에 10일정도는 낮아지는듯 해요)
3. 조석표(Tide Table) 더해서 읽는 법
해도에 적힌 수심이 ‘최소 보장 깊이’라면, 지금 이 순간의 실제 깊이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여기서 **조석표(Tide Table)**가 필요합니다.
실제 수심 = 해도 수심(Chart Depth) + 현재 조고(Height of Tide)
- 해도 수심: 5m (해도에 적힌 숫자)
- 현재 조고: +2m (조석표나 전자해도의 Tide 정보)
- 실제 수심: 7m
따라서 만조 때에는 해도에 ‘1m’라고 적힌 얕은 곳도 실제로는 3~5m 이상의 깊이가 되어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는 것이죠.
4. 내 요트의 흘수(Draught) 알아내기
수심을 알았다면, 이제 내 배를 알아야 합니다. **흘수(Draught)**란 물에 잠기는 배의 깊이를 말합니다. 세일 요트는 킬(Keel)이 있기 때문에 이 흘수가 꽤 깊습니다.
- 확인 방법: 요트의 스펙(Spec) 문서를 확인하거나, 마리나에서 배를 상가했을 때 킬의 하단부터 수면 라인(LWL)까지를 직접 줄자로 재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 보통의 30-40피트 요트: 약 1.8m ~ 2.2m

5. UKC (Under Keel Clearance) 설정하기
“내 배 흘수가 2m니까, 수심 2.1m인 곳을 지나가도 될까?” 절대 안 됩니다. 파도가 쳐서 배가 아래로 내려가는 순간(Squatting) 바닥을 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필요한 여유 공간을 UKC(Under Keel Clearance) 라고 합니다.
1급 해기사의 권장 UKC:
- 평온한 내항: 흘수의 10% 이상 (약 0.2m~0.5m)
- 파도가 있는 외해: 흘수의 20%~50% 이상
6. Safety Contour 설정하기 (전자해도 팁)
마지막으로, 전자해도(Navionics 등)에서 Safety Contour(안전 등심선) 를 설정해야 합니다. 이 기능은 설정한 수심보다 얕은 곳을 진한 파란색이나 위험 지역으로 표시해 줍니다.
Safety Contour = 내 배의 흘수 + 안전 여유(UKC)

- 예: 흘수 2.0m + 여유 1.0m = 3m
- 설정: 전자해도 메뉴에서
Safety Depth또는Safety Contour를 3m (또는 5m)로 설정하세요.
이제 3m보다 얕은 곳은 지도가 시퍼렇게 표시하며 “가지 마!“라고 경고해 줄 것입니다. 그것만 피해 다녀도 좌초 사고의 99%는 예방할 수 있습니다.
바다는 아는 만큼 안전하고, 안전한 만큼 즐겁습니다. 오늘도 기본을 지키는 항해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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