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선장들이 조타실(Bridge) 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거나 파이프 담배를 즐기는 모습을 자주 보셨을 거예요.
겉으로 보기엔 참 편안해 보이죠? “항해사들이 바쁘게 움직이는데 선장은 앉아서 놀고 있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여기에는 베테랑 선장들만이 아는 소름 돋는 ‘안전 항해’의 비밀이 숨겨져 있답니다.

1. “선장님, 어떻게 그렇게 빨리 찾으세요?”
저도 항해사 시절엔 늘 의문이었어요. 저는 레이더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조타실을 왔다 갔다 하며 바쁘게 움직여도 못 찾은 수평선의 작은 배나 기상 변화를,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던 선장님은 귀신같이 찾아내셨거든요.
처음엔 단순히 ‘짬밥’, 즉 경력의 차이인 줄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선장이 되어 거대한 상선의 선교에서 수십만 톤급 배를 책임지다 보니 깨닫게 된 진실이 있었습니다.
2. 움직이지 않는 자의 시선: 방위(Bearing)의 비밀
선장이 의자라는 ‘고정된 위치’ 를 고수하는 이유는 바로 상대 선박의 미세한 방위(Bearing) 변화를 감지하기 위해서예요.
원리는 간단하지만 강력합니다.
- 내가 이리저리 움직이면 배경(수평선, 섬 등)도 같이 움직여서 착시가 생겨요.
- 하지만 고정된 자리에 앉아 조타실 창틀이나 와이퍼 같은 특정 지점을 기준점 삼아 상대 선박을 바라보면, 그 배가 옆으로 움직이는지 내 쪽으로 오는지 명확히 보입니다.
여기서 항해의 대원칙이 나옵니다.
“상대 방위(Bearing)가 변하지 않는데 거리가 가까워진다? 100% 충돌 코스입니다.”
이것을 전문 용어로 ‘나침반 방위의 불변(Compass Bearing is not changing)’ 이라고 합니다. 항해사들이 복잡한 레이더(ARPA)를 조작해서 계산하는 것보다, 의자에 앉아 있는 선장의 눈이 훨씬 직관적이고 빠를 때가 많죠. 이것이 바로 선장이 의자에 앉아 있는 진짜 이유, 즉 충돌 방지 를 위한 고도의 기술입니다.

위 그림처럼 상대 배의 각도가 선박 쪽으로 좁아지거나 멀어지면 안전하게 교차하지만, 각도가 변하지 않으면 충돌 코스 라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3. 요트 항해에 적용하는 꿀팁
우리 마이요트 가족분들도 요트 항해를 하실 때 이 원리를 적용해 보세요.
장거리 항해 시 조타석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지 마세요. 가장 견시(Look-out)하기 좋은 자리를 딱 정해서 엉덩이를 붙이세요. 그리고 상대방 배가 내 배의 특정 구조물(스테이, 마스트 등)을 기준으로 방위가 변하는지 주시하는 겁니다.
만약 상대 배가 계속 똑같은 자리에 머물면서 크기만 커진다면? 당장 피항 동작을 준비해야 하는 위험 신호입니다.
4. 안전이 곧 럭셔리입니다
저 캡틴 리마가 운영하는 제부도 요트 투어가 단순히 예쁜 사진만 찍는 곳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항해의 기본 원칙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1급 해기사 선장의 눈으로 매 순간 수평선을 주시하며, 가장 안전한 환경에서 여러분께 서해안 낙조의 감동을 선사하고 있죠.
여러분도 바다에 나오시면 ‘선장의 의자’에 앉아보세요. 게으름이 아닌, 바다와 대화하며 안전을 설계하는 진정한 세일러의 마음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안전하고 즐거운 항해 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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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 Voyage!